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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키퍼의 역사 - 01. 골키퍼의 개념은 어떻게 생겼을까?
    축구 역사 2020. 7. 4. 15:09

     축구 역사가 오래된 만큼 축구의 '포지션' 개념 역시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여러 포지션들이 등장했고, 전술의 발전과 함께 그 쓰임새가 달라지며 여러 축구 선수들의 이름과 함께 축구사에 기록되었다. 그런 와중에, 타 포지션들에 비해 변화의 폭이 굉장히 좁고, 그래서인지 그리 변한 것 같지 않다고 느껴지는 포지션이 하나 있다. 바로 '골키퍼'이다.

     

    셰필드 규칙

     축구 역사 속 '골키퍼'라는 용어가 가장 먼저 언급된 문서가 있다. 위 사진 속에 보이는 '셰필드 규칙'이 그 주인공. 축구 협회(Football Association)가 설립되는 1863년 이전까지 근대 축구에서 '경기 규칙'은 제대로 정립된 것이 없었다. 최초의 보편적인 축구 규칙인 케임브리지 규칙과 공을 발이 아닌 무릎 아래의 다리로도 찰 수 있다는 해로의 규칙, 케임브리지 규칙과 유사하지만 전진 패스의 개념을 도입한 셰필드 규칙 등 많은 규칙들이 제시되었으며, 이는 축구 협회 설립 이후에도 한동안 제대로 된 정리 없이 여러 규칙들이 경기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많은 규칙들 중에서 가장 먼저 '골키퍼'라는 용어를 제시한 것이 바로 앞서 언급한 '셰필드 규칙'인 것.

     

     셰필드 규칙에서의 골키퍼 개념을 알아가기 이전, 근대 축구의 여러 축구 규칙들의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다. 제대로 된 규칙이 정립되지 않았던 당시의 축구는 현대 축구에서 통용되는 개념들을 생각조차 하기 이전의 단계였다. 당시 규칙을 정하고자 하는 토론에서 가장 주안점이 되었던 것들 중 하나가 무려 '핸들링의 허용'과 '상대 선수를 밀고 붙들고 다리를 걸고 차는 행위로 공을 빼앗는 것의 정당화'였다. 현대 축구를 이해하고 있는 우리들의 입장에서 이것은 전혀 말도 안되는 토론이다. 하지만, 근대 축구의 개념을 정립하던 당시의 인물들은 이를 진지하게 토론의 주안점으로 보고 여러 차례의 회의를 거친 것이 사실이다.

     

     고의로 정강이를 걷어차는 반칙 행위를 '해킹'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 행위를 바라보면서 당연히 '반칙'이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당시 영국에서는 이를 허용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거친 남성성의 구시대적 귀족 개념을 내세우는 쪽과 이에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어 토론이 오갔다. 결론적으로 이 행위 자체를 반칙으로 규정했으며, 공을 잡고 달리는 '핸들링'의 개념 역시 사라졌다.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자리 잡은게 축구 협회 창설 후 7년이 지난 1870년이었다.

     

     다시 골키퍼 이야기로 돌아오자. 당시 '골키퍼'가 의미하는 것은 현대 축구에서 이해하는 골키퍼와 조금 달랐다. 앞서 언급한 셰필드 규칙에서 제시한 골키퍼의 개념은 '골대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수비수들 중에서 자기 팀의 골대와 가장 가까운 선수'를 의미하는 용어였다. 이 말인 즉슨, 현재 우리가 이해하는 골키퍼의 특권인 '핸들링'이 제한된, '필드 플레이어' 중 일부라는 뜻이다. 이것이 축구 역사상 가장 먼저 제시된 골키퍼의 개념이었다-그래서인지 19세기 당시의 골키퍼들은 그 시작이 필드 플레이어였던 인물들이 상당히 많다-.

     

     축구 협회가 설립된 이후 축구 규정들이 자주 바뀌었는데, 이에 따라 골키퍼의 개념 역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골키퍼의 개념에 가까워지는 첫 단계는 1871년부터였다. 이 때부터 골키퍼의 핸들링이 허용되었기 때문인데, 이 당시의 골키퍼가 핸들링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오직 '골대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즉, 선방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핸들링은 일체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1873년, 축구 협회는 골키퍼가 공을 'carry'하지 못하도록 했다. 'carry'라는 단어의 뜻은 '나르다, 가지고 다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당시의 골키퍼는 공을 나르거나 들고 있는 것이 금지되었음을 알 수 있다.

     

    로버트 밀스-로버츠

     1887년에는 골키퍼의 핸들링 규정이 '상대팀 진영에서 핸들링을 할 수 없다'로 변경되면서 그 범위가 넓어졌는데, 위 사진 속 인물은 골키퍼의 규정이 위와 같이 변경된 이후 프레스턴 노스 엔드에서 무려 'FA컵 무실점 우승'을 이뤄냈던 당대 최고의 골키퍼 로버트 밀스-로버츠이다. 

     

    샘 하디, 20세기 초 최초의 골키퍼 슈퍼스타

     20세기에 들어선 후로도 골키퍼 규정은 여러 번의 변화를 맞이했는데, 골키퍼가 어떠한 목적으로든 공을 손으로 잡을 수 있다는 규칙이 1901년에 생겨났으며, 1912년에는 '페널티 에어리어' 내에서만 핸들링을 허용하는 규칙이 추가되었고, 전술사적으로 현대 축구의 개념의 근간에 접어드는 1930년대에 들어서는 골키퍼의 공격적인 움직임을 제안하는 '공을 운반하는 동안 최대 4발짝의 이동만을 허용한다'의 개념이 추가되기도 한다.

     

     

    2편 '스위퍼 골키퍼의 뿌리'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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